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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나시티즌 경기력 (지공 문제, 게임모델, 우승후보)

by looojj 2026. 3. 24.

지상파에서도 중계했던 대전과 전북의 경기를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정말 우승 후보들의 경기인가"였습니다. 화면으로 보는 90분 내내 공은 계속 움직였지만, 결정적인 장면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전의 공격 전개를 지켜보면서 느낀 답답함은 단순한 경기력 부진을 넘어, 팀 전체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이날 경기를 보며 대전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 선수가 패스하고 있다.
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중앙을 통과하지 못하는 지공 빌드업

대전은 이번 경기에서 4-3-3 시스템을 기반으로 밥신, 이순민, 김봉수로 구성된 트리플 피벗(Triple Pivot) 미드필더 조합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서 트리플 피벗이란 중앙 미드필더 세 명을 모두 수비형 또는 밸런스형으로 배치하여 중원 장악력을 높이는 전술적 구조를 의미합니다. 슈퍼컵에서 4-4-2로 중원 숫자 열세를 겪었던 점을 보완하려는 의도였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이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포지셔널 어택(Positional Attack) 상황에서 드러났습니다. 포지셔널 어택이란 상대가 수비 조직을 갖춘 상태에서 체계적인 패스 연결과 공간 활용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대전은 공을 소유하고 있어도 상대 수비 구조 안쪽으로 파고드는 패스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경기를 보며 세어본 결과, 중앙을 관통하는 의미 있는 패스는 전반 45분 동안 단 두세 차례에 불과했습니다.

대신 반복된 것은 U자형 빌드업이었습니다. 센터백에서 측면 풀백으로, 다시 중앙 미드필더로 돌아왔다가 반대편 측면으로 넘어가는 패턴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를 단 한 명도 무력화시키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축구 전술 분석에서 자주 사용되는 '패킹(Packing)' 지표가 있습니다(출처: 독일축구협회 전술연구소). 패킹이란 하나의 패스가 상대 수비수 몇 명을 무력화시켰는지를 측정하는 수치입니다. 이날 대전의 패킹 수치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른쪽 측면에서 이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김봉수가 공을 받기 위해 깊숙이 내려오면, 공격 구조는 순간적으로 3-2-5 형태가 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중앙 공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대전은 이 공간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주앙 빅토르는 전북 센터백에게 밀착 마크를 당했고, 우측 풀백 김민덕에게 가는 패스는 전북 윙어의 압박을 받아 다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죽은 패스'가 되었습니다. 저는 화면으로 보면서도 "왜 저기로 또 주는가" 싶을 정도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왼쪽 측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루빅손이 안쪽으로 파고들면 전북은 파이브백으로 전환하며 대응했는데, 대전은 이 수비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파이브백으로 좁혀오면, 공격 측은 풀백을 높이 올리거나 미드필더가 하프스페이스(Half Space)로 침투하여 수적 우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하프스페이스란 중앙과 측면 사이에 위치한 공간으로, 상대 수비 조직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역입니다. 하지만 대전의 미드필더들은 모두 상대 미드필더 눈앞에 위치해 있었고, 하프스페이스로의 침투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K리그 공식 통계에 따르면 대전은 이번 시즌 리그 전체에서 드리블 돌파 시도 횟수가 가장 많은 팀입니다(출처: K리그 데이터포털). 이는 대전이 본래 개인 능력을 앞세운 트랜지션(Transition) 축구에 강점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트랜지션이란 공격과 수비가 전환되는 순간을 의미하며, 이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것을 트랜지션 어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대전은 지공을 선택했고, 그 지공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강점마저 발휘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유닛 플레이 부재와 실점의 구조적 원인

4-3-3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측면에서 풀백-미드필더-윙어로 이어지는 3인 유닛이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유닛 플레이(Unit Play)란 세 명의 선수가 하나의 작은 팀처럼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조직적 움직임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한 선수가 공을 받으러 내려오면 다른 선수는 그가 비운 공간으로 침투하는 식입니다. 이런 교차 움직임이 없으면 상대는 단순히 맨투맨 수비만으로도 쉽게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날 경기에서 대전의 유닛 플레이를 찾아보려 했지만, 90분 내내 단 한 번도 명확한 유닛 움직임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왼쪽에서 루빅손이 공을 잡으면 밥신과 박현은 그저 자리에 서 있거나, 둘 다 동시에 공을 받으러 내려오는 식이었습니다. 오른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갑신과 김민덕, 주앙 빅토르 사이에서 계획된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고, 결국 개개인이 각자 판단하여 움직이는 모습만 반복되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습니다. 전북의 결승골 장면을 분석해 보면, 대전의 수비 조직이 세 단계에 걸쳐 무너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전북 모다의 헤딩 경합 순간 대전 센터백들이 제대로 된 압박을 가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모다가 헤더로 연결한 공을 이동주가 받을 때 왼쪽 풀백 박현은 이미 높은 위치에서 내려오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셋째, 이순민이 이동주를 추격했지만 전술적 파울로 끊어내지 못하고 박스까지 허용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단순한 개인 실수가 아니라 팀 전체의 집중력과 조직력이 동시에 무너진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경기 내내 이런 조직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후반전에 들어서도 대전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전북은 단순한 4-4-2 블록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전략적 미스가 있었다"라고 인정했지만, 이는 단순히 한두 가지 전술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게임 모델 자체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게임 모델(Game Model)이란 팀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일관된 원칙과 철학을 의미합니다. 공을 어떻게 소유하고, 어떤 상황에서 빠르게 전환하며, 수비 시 어떤 구조를 유지할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선수들이 혼란 없이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전은 지공을 할지 속공을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보였고, 이는 선수들의 개별 플레이에만 의존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리그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모든 국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리버풀의 아르네 슬롯 감독은 시즌 초반 연승 중에도 기자회견에서 "포지셔널 어택에서 개선할 점이 많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습니다(출처: 리버풀 FC 공식). 결과가 좋을 때도 약점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태도가 우승 팀의 조건입니다. 대전 역시 트랜지션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지공 상황에서의 완성도를 높이지 않는다면 리그 우승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날 경기를 보며 저는 대전이 단순히 경기에서 진 것이 아니라, 팀의 정체성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개별 선수들의 능력은 충분하지만, 그것을 하나로 묶어내는 시스템과 원칙이 부재한 상태입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일정은 더 빡빡해지고, ACL까지 고려하면 전술 훈련 시간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명확한 게임 모델을 정립하지 못한다면, 대전의 이번 시즌은 또다시 아쉬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zjt1xMDOY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