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0대0이었지만 예상 밖의 재미가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스코어만 보면 무승부 지루한 경기로 보이지만 실제 경기를 본 입장으로써 90분 동안 팽팽한 경기로 재밌게 본 경기였습니다. 시즌초 울산과 다른 양상의 경기력을 보인 달라진 울산으로 인해 경기 내내 속도감도 느꼈습니다.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쉬운 경기였지만 슈팅이 굉장히 많아나와 보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골이 나오지 않은건 건 아쉽긴한 경기였습니다.

울산의 전진성과 전방압박
경기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건 울산이 전진을 위해 굉장히 공을 들였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빌드업 위주의 팀이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경기를 지배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 경기만큼은 그 공식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울산의 점유율은 38%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슈팅은 무려 18개, 유효 슈팅은 9개였습니다. 반대로 김천은 점유율 62%를 가져갔지만 슈팅 숫자는 울산의 4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사실 팀 체급을 비교했을때 점유율을 울산이 더 크게 가져가야 되지 않나 했지만 울산이 의도적으로 점유율을 포기했다고 볼수있습니다. 점유율이 낮은 팀이 슈팅을 훨씬 더 많이 때린다는 건, 단순히 볼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 열쇠는 전방압박(High Press)에 있었습니다. 전방압박이란 상대 팀이 자기 진영에서 빌드업을 시도할 때 공격진과 미드필더가 높은 위치로 올라가서 압박을 가하는 전술입니다. 쉽게 말해 상대가 공을 편하게 돌리지 못하도록 뒤쪽부터 흔들어 놓는 방식입니다. 울산은 이번 경기에서 야고가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 라인을 압박하고, 이규성과 이진현이 중간 패스 코스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체계적인 전방압박을 가동했습니다.
그 결과 김천의 볼이 울산 선수들에게 높은 위치에서 자주 끊겼고, 공이 바뀌자마자 바로 슈팅까지 이어지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점유할 필요 없이 잘라서 바로 때리는 방식이었으니, 점유율이 낮아도 슈팅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야고의 역할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전 시즌까지만 해도 야고는 볼을 받으면 혼자 돌파를 시도하는 단순한 움직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는 등지기 플레이(Back to Goal Play), 즉 수비수를 등에 지고 볼을 받아 옆으로 연결하거나 공간으로 빠져드는 움직임을 반복했습니다. 등지기 플레이란 공격수가 상대 골문을 등진 채 볼을 받아 팀 동료들에게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플레이 방식을 말합니다. 이 움직임 덕분에 이규성, 이진현 같은 2선 자원들이 자유롭게 침투할 공간이 생겼고, 이것이 울산 공격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울산의 전진성을 보여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방압박을 통해 상대 빌드업 지역에서 볼을 빼앗아 즉각 공격으로 전환
- 야고의 등지기 플레이로 2선 자원들의 침투 공간 확보
- 조현택이 측면 공간을 폭넓게 커버하며 중앙 집중 전술을 뒷받침
- 보야니치가 중원에서 볼을 배급하며 공격 전환 속도를 높임
- 결과적으로 점유율 38%에도 슈팅 18개라는 수치 달성
K리그 경기 분석과 관련하여 전방압박의 효율성은 유럽 프레싱 전술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UEFA(유럽축구연맹)의 분석에 따르면 볼 탈취 후 6초 이내의 공격 전환이 가장 높은 득점 효율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UEFA). 울산이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즉각 전환 방식이 바로 이 원리와 일치합니다.
결정력의 아쉬움
경기를 보면서 제가 가장 답답했던 순간은 따로 있었습니다. 야고가 볼을 잡아 슈팅으로 연결하려던 장면에서 잔디가 불규칙하게 튀어 공이 위로 뜨고 만 장면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날은 정말 골이 안 들어가는 날입니다. 같은 장면이 세 번쯤 반복되면 중계 보는 입장에서도 이건 오늘 안 들어가는 날이구나 라는 게 느껴지거든요. 울산 팬 입장에서는 더 속이 탔을 겁니다.
이동경의 재교체 장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상 여파가 남아 있던 이동경을 후반에 투입했다가 20분 만에 다시 빼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장면은 감독의 판단 미스로 보이기도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선수의 출전 의지를 존중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는 점에서, 이 장면이 오히려 울산의 팀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수가 그만큼 뛰고 싶어 한다는 건, 팀 분위기가 좋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쉬운 건 그 20분 동안 다른 선수를 더 일찍 투입했다면 득점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결정력(Finishing)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결정력이란 골 찬스를 실제 득점으로 마무리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슈팅 수가 18개였음에도 득점이 없었다는 건, 공격 전술은 충분히 작동하고 있지만 마지막 한 방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야고가 몇 차례 결정적 장면에서 마무리를 놓쳤고, 이진현의 노마크 찬스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이 해소된다면 지금의 경기력에서 결과가 비약적으로 좋아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K리그1 관련 공식 통계에 따르면 슈팅 대비 득점 전환율, 즉 슈팅 효율성 지표는 리그 성적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이 지금의 공격 구조를 유지하면서 결정력만 보완된다면 리그 상위권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반면 김천은 전혀 다른 의미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반에 수세에 몰렸음에도 후반에 전방 압박을 선택한 것, 그리고 빅네임 없이도 조직력과 투지로 울산을 막아낸 것은 주승진 감독 체제에서 팀의 색깔이 분명하게 살아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김천은 올 시즌 5경기 5무라는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승리는 없지만, 무너지지도 않는 팀입니다.
마무리하면서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산 중계를 앞으로 더 챙겨 봐야겠다고요. 속도감 있는 경기를 보고 싶다면 지금 울산이 그 선택지입니다. 이동경이 완전히 돌아오고 결정력 문제가 조금씩 해소된다면, 울산은 이번 시즌 우승 경쟁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 라운드 전북과의 현대가 더비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