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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vs 부천 (퇴장, 수적열세, 부천FC)

by looojj 2026. 4. 23.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퇴장이 나왔습니다. 이 숫자 하나가 이번 포항 스틸러스의 시즌 초반을 설명하는 데 가장 정확한 지표입니다. 중계를 보다가 "또 퇴장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이 멈췄습니다.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시즌 전체가 꼬여가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됐습니다.

포항과 부천의 경기에서 볼 경합 모습
출처 : 조선일보

포항의 네 경기 세 번 퇴장

전민광 선수의 퇴장은 경기 25분에 나왔습니다. 패트릭이 공을 먼저 건드린 뒤 튕겨나간 볼에 전민광이 발을 갖다 댔고, 그 스터드가 정강이 쪽으로 들어가면서 다이렉트 레드카드가 선언됐습니다. 다이렉트 레드카드란 경고 누적 없이 단 한 번의 반칙만으로 즉시 퇴장 처리되는 규정을 말합니다. 위험한 플레이로 판단되면 볼을 건드렸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적용됩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골이 들어간 상황에서 저게 퇴장까지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그런데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 즉 주요 장면을 다각도 영상으로 재검토해 판정 오류를 바로잡는 제도로 확인된 장면을 다시 보니 스터드가 올라간 각도와 위치가 명백했습니다. 규정상으로는 정심이 맞습니다.

문제는 판정의 옳고 그름이 아닙니다. 이번 시즌 포항이 치른 네 경기 가운데 세 경기에서 퇴장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제가 중계를 보면서 느낀 것은, 벤치와 선수단이 판정에 강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오히려 팀 전체의 집중력을 흔드는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박태하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강하게 항의하면서 경고를 받기도 했는데, 심리적으로 이미 누적된 피로와 억울함이 폭발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포항의 이번 시즌 퇴장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라운드: 트란지스카 경고 누적 퇴장
  • 3라운드: 서울전 퇴장 발생
  • 5라운드: 전민광 다이렉트 레드카드 (vs 부천, 25분)

세 번의 퇴장 모두 선수가 의도적으로 반칙을 저질렀다기보다 경합 상황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빈도가 반복된다는 것은 팀 전체의 경기 운영 방식, 선수들의 몸싸움 타이밍, 압박 수위 조절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포항의 수적열세

수적 열세(numerical disadvantage)란 퇴장 등으로 경기 중 한 팀의 출전 선수 수가 상대보다 적어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적 열세 상황에서는 팀의 수비 라인이 내려가고, 전방 압박이 줄어들며, 체력 소모가 집중됩니다. 경기 흐름 자체가 방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런데 이날 포항은 달랐습니다. 저도 중계를 보면서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25분에 퇴장이 나온 뒤 후반전 내내 이호재, 완델손, 정재희 세 명이 부천 수비진을 묶어두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두세 명을 상대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수적 열세를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완델손의 복귀는 이 맥락에서 특히 의미가 컸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개인 돌파 능력과 에너지 레벨이 높은 선수 하나가 팀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델손이 볼을 잡는 순간마다 부천 수비가 한 걸음씩 물러서는 장면이 TV 화면에서도 그대로 보였습니다.

황인재 골키퍼의 빅세이브도 기억에 남습니다. 부천이 박스 외곽 크로스 상황에서 만들어낸 슈팅이 골문을 향하던 순간, 슬로우 모션으로 반복해서 볼 때마다 "이게 들어갔으면 경기가 완전히 달라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골키퍼의 빅세이브가 팀의 심리적 균형을 유지시켜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장면이었습니다.

부천FC의 해결사는 누구

이 질문이 이번 경기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천은 11명이 경기를 치른 시간이 65분이 넘었습니다. 수적 우세 상황에서 65분을 뛰고도 득점에 실패했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 없었다고 넘기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역발 윙백(inverted wingback) 전술이 핵심 원인이라고 봅니다. 역발 윙백이란 오른발잡이 선수를 왼쪽 윙백에, 왼발잡이 선수를 오른쪽 윙백에 배치해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유도하는 전술 구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중앙 공간을 활용하거나 먼 거리 슈팅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문제는 타이밍이었습니다. 티아고가 오른쪽에서 볼을 받고 안쪽으로 접는 순간, 부천이 수적으로 유리한 국면이 잠시 열렸습니다. 그 타이밍에 얼리 크로스, 즉 수비가 자리를 잡기 전에 먼저 올리는 빠른 크로스를 넣었다면 부천의 전방 자원들이 더 유리한 위치에서 공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티아고는 계속 접고, 속도를 줄이고, 다시 플레이를 재조직했습니다. 그 사이 포항 수비는 10미터 이상 내려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가 중계 화면을 보면서 "지금 올려야 하는데"라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수적 우세 상황에서는 그 우세를 속도로 구현해야 하는데, 부천의 공격 전개는 오히려 그 우위를 스스로 지워버리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현재 부천의 공격 자원 운용에서 가장 큰 공백은 바사니입니다. 바사니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부천의 공격 전반을 설계하다시피 했던 선수입니다. 그 자리를 갈레고가 채우고 있는데, 갈레고는 이번 시즌 3득점 1도움으로 수치상 나쁘지 않은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중계를 보면서 느낀 갈레고의 문제는 과잉된 자신감이었습니다. 득점이 쌓이면서 개인 돌파 후 슈팅을 택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동료와의 연계보다 혼자 해결하려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특히 박스 외곽에서 무리한 슈팅을 선택하는 장면은 제 경험상 이런 선수들이 잠깐 뜨다가 패턴이 읽히면 급격히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와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K리그1 팀들이 부천의 공격 패턴을 읽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여러 곳에서 보입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하는 경기 데이터 및 통계 분석에 따르면 팀의 공격 패턴이 반복될수록 상대 수비 조직의 대응 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대한축구협회). 부천 입장에서 바사니의 복귀는 단순히 공격력 보강이 아니라, 갈레고에게 집중된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서만 흔드는 공격은 결국 수비에게 읽힙니다. 양쪽에서 동시에 위협이 오갈 때 비로소 공격 전술의 다양성이 살아납니다. 바사니가 돌아왔을 때 이 구도가 완성될 수 있는지, 이것이 부천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장면일 것입니다. K리그 경기 일정과 선수 등록 현황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과 부천 모두 이번 경기에서 뭔가를 얻고 뭔가를 잃었습니다. 포항은 10명으로 버텼지만 세 번의 퇴장이 만든 심리적 피로는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홈 연전이 아직 다섯 경기 남아 있습니다.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박태하 감독의 시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완델손이 돌아왔고, 조직력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필요한 건 단 하나, 11명이 온전히 뛰는 경기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BjY4SCTHhk&t=369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