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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광주전 5대0 (손정범, 김기동, 4연승)

by looojj 2026. 3. 24.

솔직히 저는 손정범을 프로 1년 차에 바로 올린 김기동 감독의 결정을 의심했습니다. 고3 때 슬럼프를 겪었던 선수를 곧바로 1군에 투입한다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광주전을 직접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FC서울이 광주를 5대0으로 완파한 이날, 손정범은 프로 첫 골을 신고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김기동 감독이 방방 뛰며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개막 4연승을 달성한 FC서울의 변화된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FC서울이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출처: FC서울 홈페이지

손정범의 등장, 중원의 새로운 해답

손정범은 고등학교 1, 2학년 때 정말 날아다녔습니다. 저도 당시 몇 차례 경기를 봤었는데, 해외 팀들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습니다. 여기서 '박스 투 박스(Box-to-Box)'란 수비 지역부터 공격 지역까지 경기장 전체를 종횡무진하며 뛰어다니는 미드필더의 역할을 의미합니다. 손정범은 바로 이 박스 투 박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습니다.

김기동 감독 체제의 FC서울은 투 미들(two midfielders) 시스템을 고집합니다. 쉽게 말해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엄청난 활동량으로 2선 침투 선수들까지 커버해야 하는 전술입니다. 지난 시즌 기성용을 포항으로 보내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김기동 감독이었지만, 손정범의 혜성 같은 등장으로 중원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왕성한 활동량과 함께 득점 상황에서의 침투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경기를 보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손정범의 완성도였습니다. 포항전에서 조영욱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데 이어 광주전에서는 직접 득점까지 기록했습니다. 미드필더 지역에서 요구되는 대부분의 능력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황도윤, 바베츠, 이승모까지 포함하면 FC서울은 중앙 쪽 자원이 굉장히 풍성해진 상태입니다(출처: K리그 공식 기록).

김기동 감독의 소신, 드디어 결실을 맺다

작년 이맘때 서울 팬들은 김기동 감독에게 야유를 보냈습니다. 점유율만 높고 골은 넣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가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XG(Expected Goals, 골 기대값)'란 슈팅 위치, 각도, 상황 등을 종합해 해당 슈팅이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을 수치화한 지표입니다. 지난 시즌 FC서울은 높은 XG값을 기록했지만 실제 득점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박스 안에서의 마무리 능력이 떨어졌던 것입니다.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득점력입니다. 클리말라의 영입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광주전에서도 원거리 슈팅을 가랑이 사이로 정확하게 집어넣는 등 결정력을 과시했습니다. 린가드, 일류첸코, 조영욱까지 살아나면서 공격 옵션이 다양해졌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영욱의 폼이 더 올라온다면 FC서울의 득점력은 리그 최상위권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수비진의 안정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구성윤 골키퍼는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높은 선방률을 기록했던 경험 많은 선수입니다. 광주전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며 클린시트를 지켰습니다. 야잔과 로스로 구성된 센터백 라인은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수비에 배치한 과감한 선택이었는데, 이 조합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김진수까지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FC서울의 수비는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합니다.

현재 FC서울의 핵심 전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골키퍼: 구성윤의 경험과 안정감
  • 수비: 야잔-로스 센터백 조합
  • 중원: 손정범-바베츠의 박스 투 박스 역할
  • 공격: 클리말라의 결정력 + 조영욱의 지원

광주의 뚝심과 FC서울의 미래

광주는 이날 5골을 내줬지만 끝까지 자신들의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정효 감독 없이도 팀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수비적으로 전술을 수정했다면 5대0까지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광주는 2007년생 센터백 두 명이 선발로 나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플레이를 고집했습니다.

광주의 스쿼드는 실제로 25명 수준입니다. 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벤치에는 8명밖에 앉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스쿼드 뎁스(Squad Depth)'란 주전 선수 외에 교체 투입할 수 있는 백업 선수들의 두께를 의미합니다. 광주는 현재 이 스쿼드 뎁스가 리그 최하위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구단은 스페인식 시스템 구축을 통해 유스와 프로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런 뚝심 있는 플레이가 시즌 후반 광주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것 같습니다.

FC서울 입장에서는 이제 진짜 시험이 남았습니다. 4월에 전북, 울산, 대전을 연달아 만나게 됩니다. 개막 4연승은 비교적 상대하기 수월한 팀들과의 경기였습니다. 저는 4월 전북전을 직관할 예정인데, 우승 경쟁팀들과의 맞대결에서도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A매치 휴식기 이후에도 이 흐름을 이어간다면, 올 시즌 FC서울의 우승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봅니다.

이번 경기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서울 경기는 이제 기대하고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결과만 확인하던 경기였다면, 지금은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됩니다. 중계를 켜는 순간부터 "오늘은 또 어떤 장면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생깁니다. 김기동 감독이 방방 뛰며 기뻐하던 모습처럼, 팬들도 이제 진짜 즐거운 축구를 보고 있습니다. 4월 강호들과의 연전이 FC서울의 진가를 가늠하는 진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BjY4SCTHhk